내공 by KUDO-J


어려서부터 뭣 모르고 좋아해,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시 한편이 있다.

제망매가

삶과 죽음의 길은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
나는 갑니다라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
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
이에 저에 떨어지는 잎처럼
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누나
아아 미타찰에서 만나볼 나는
도를 닦아 기다리련다.

'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누나'라는 표현, 참으로 절묘하다. 그리고 무엇보다 압권인 구절은, '도를 닦아 기다리련다' ... 슬픔에 쩔어 궁상을 떨며 살겠다는 것이 아니요, 그렇다고, 무작정 열심히 살겠다는 것도 아닌, 죽는 그 날까지 '도를 닦으며' 살겠단다. 범접하기 힘든 내공 ...     

사실은 당신이 더 할런지도 by KUDO-J


언젠가, 아파트 내 뭇 남성과 잠시 동안 목소리를 높혔던 적이 있었다 - 창문을 열고 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,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, '당신 이 아파트 사는 사람이냐'부터 시작해, 이상한 소리들을 늘어 놓았다. 해서, 이런 저런 언쟁이 잠시 오고 갔으나, 별 탈 없이 무마되었다.

어젯 밤 10 시쯤 - 아파트 밖으로부터 고래고래 고함짖는 소리의 흔적이 들리길래, 차에서 뭣 좀 챙겨도 올 겸, 겸사겸사 밖으로 나가 봤더니, 한 중년의 남성이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며 배회하고 있더랬다.

고함 내용을 들아 보니, 아파트 내 주차 구역 일부 차량들의 주차 꼬라지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고, 해서, 온갖 쌍욕을 혼자 뿜어대는 중이었다.

"C발 것들 .... 창자를 꺼내 .... 너그들이 아파트 풀이라도 한 번 .... 개 썅 ..."

짐작컨대, 일부 차량들이 개념 없이 주차를 해 놓은 바람에, 이 중년의 남성은 아파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던 상황. 해서, 술의 힘을 빌려, 그동안 무개념(?) 아파트 주민들에게 쌓였던 울분을 뿜어내고 있는 중이었던 것. 

근데 말이다 ..... 그 놈이 그 놈이다.

아파트 복도에서 담배를 피다 (나와) 잠시 언쟁이 있었던 그 놈이 바로, 오늘 밤 고요한 시간에, 창자 어쩌고 욕지꺼리를 뿜어대고 있는 그 놈이란 것.

인간이란 동물의 본성이 원래 그렇다 - 남 잘못은 기가 막히게 발견해도, 제 잘못에는 거의 맹인 수준이란 것. 

헬조선이라 일컬어지는 이 반도국에서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말이다, '내가 저 놈으로부터 어떤 피해를 당하고 있는가'를 너머, '나의 행동들이 타인들에게 행여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'에 대한 자각과 인식이 생겨나야 한다. 하지만 볼진대, 전자에 대한 반도인들의 시력은 2.0 을 너머 3.0으로 치닫고 있지만, 후자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도 맹인 수준.

오늘이라도 당장 밤 거리를 살펴 보라 - 제 잘난 맛에, 하이빔과 안개등까지 밝히고 돌아 다니는 반도인들이 얼마나 득실거리는지. 상대 운전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눈뽕을 때리는 놈들이, 누군가 행여라도 제 앞으로 급히 끼여들면, 개념이 있네 없네 욕을 뿜으며, 빵빵 울려댄다.

'나'를 살피려는 '안의 눈'이 뜨이지 않는 한, 반도국에서의 삶은 앞으로도 쭈욱 헬조선일 터.


죽을 쒀 줬더니 by KUDO-J


결국은 내 속이 좁아 터진건지 ....

이러저러 해서, 해외 학자들과의 교류가 가시화 되었고, 오는 12 월 드디어 양국 학자들간의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. 근데, 이 모든 일이,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해 지금에까지 나 혼자만의 분주함으로 일궈낸 일이다. 근데, 일이 이렇게까지 진척되고 나니, 다 된 밥에 숟가락을 얹(으려)는 닝겐들이 하나둘 등장한다, 그러면서,

'우리가 그동안 ...' 이라며, '우리(we)'라는 복수 대명사를 함부로 쓰고 앉아있다.

우리? 당신이 한 일이 대체 뭐가 있는데? 내가 감지덕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만, '우리'라 하니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.


문화 폭력 by KUDO-J


'문화' 혹은 'Social Norm' 이라 불리는 것들, 어느 한 개인의 생각과 의지만으로는, 거부하기도, 바꾸기도, 사실 불가능이라 해도 좋을만큼 힘든 현상이다. 하지만 그럼에도, 그 '옳고 그름' 혹은 그 '합리성'에 대해 따져보고, 짚어 보려는 시도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터.   


(한국 '문화'에선) 흔하디 흔한 풍경이다 - 한 쪽은, 고개를 돌려 고이 접어 모은 두 손으로 잔을 받들어 마시고, 다른 한 쪽은 세상 편한 자세로 마신다. 사진은 비록 술자리 풍경이지만, 저와 같은 상호간의 '비대칭' 혹은 '불균형'은 소위 '한국 문화'라 일컫는 곳곳에 만연하다. 

한 쪽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, 다른 한 쪽은 꼿꼿하게 서서 그걸 받는다; 한 쪽은 두 손 모아 악수를 청하고, 다른 한 쪽은 편안히 뒷짐 진 모습으로 그걸 받는다 ....

저와 같은 비대칭적인 모습들, 즉, 한 쪽은 뭔가 쪼그리고 움츠리고, 반대로 다른 한 쪽은 세상 편한 그런 자세, 포장해서 말하자면, (한국의) 문화요, social norm 이겠지만, 그 내면의 실상을 말하자면, 문화라는 이름 하에 철저히 묵과되는 '차별'이요, 나아가 '폭력'이라 하겠다.

문화의 한 측면일 뿐인데, 그걸 '폭력'으로까지 모는 건 좀 과한 오바 아닌가? .... 라는 생각이 든다면, 당신의 사고와 몸이 저와 같은 차별과 폭력에 이미 너무 단련되거나 익숙해져버려, 그것이 차별과 폭력이라는 간단한 인식조차 불가능하게 된 상태일 터.

생각해 보라 - 저렇게 (한 쪽은) 몸을 움츠리고, 조아리고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? 둘 중에 하나다 - 상대가 연장자이거나 상급자. 바꿔 말해, 나이 혹은 계급에서, 상대하는 이가 나보다 '위'라는 그 이유 하나 뿐이다. 존경? 존경심을 가질만큼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? 그럼, 상대의 인격과 품성이 존경과는 거리가 먼 자라면, 저런 조아림을 생략해도 아무 탈이 없을까? '상대'에 대한 존경? 상대의 '무엇'에 대한 존경인가? ... 결국, 상대의 '나이'와 '직급'에 대한 조아림일 뿐이다.

그 반대도 마찬가지 - 저렇게 (다른 한 쪽은) 세상 편한 자세로 있어도 무방한 이유 역시 하나 뿐이다: (그게 나이든 지위든) 내가 더 많고, 내가 더 높기 때문.

이렇듯, 소위 한국 '문화'라 일컬어 지는 것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, 그 근본부터가 차별 일색이요, 쌍방이 아니라 일방이다 - 적거나 낮으면, 몸과 언어로 조아려야 하고, 그리고 그런 조아림은 언제나 적고 낮은 쪽만의 의무다 (많고 높은 쪽은 딱히 따라야 할 신체적 의무가 없다).

이런 얼토당토 않은 차별과 폭력이 '문화'라는 방패를 두르고 보호 받는 곳, 그런 문화권에서 성장하게 되면, 자연스레 이런 사고 방식들이 스며들 터 - "까라면 까야지 어디서 말대꾸야, 내가 너만 할 때는 ..."

근래에 자주 오르내리는, 대한땅콩 및 양진포르노와 같은, 소위 가진 자들의 (개념 없는) 갑질, 그 근본적인 원인은, 저와 같은 '차별'에 기반을 둔 한국 문화가 아닐까 싶다 - 나이 적고 직급이 아래면 이유 불문 조아려야 하는, 그래야 '싸가지를 챙겼다' 하는 문화. 반대로, 나이가 많고, 직급이 위면, '내 마음대로' 해도 된다는 문화, 이 말도 안되는 '차별과 폭력'들이 '문화'라는 우산 속에서 보호를 받고 있는 이상, 제 2, 제 3 의 대한땅콩은 언제 어디서든 튀어 나올꺼란 것.

What are you doing there? by KUDO-J


보자:

a. 철수는 영희가 점심을 먹었다-고 말했다.

여기서 '-고'는 무엇일까?

국문법계에서는 저런 '-고'를 일러 '인용격 조사'라 하는데, 정확한 '기술'일지는 모르나, (원리적인) '설명'과는 거리가 멀다. 그도 그럴듯이, '인용격 조사'라는 말은, '인용할 때 등장하는/사용하는 요소'라는 일상의 표현을 '언어학적' 가면을 씌워 다시 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. ('간접'인용이니, '직접'인용이니 하며 아무리 덧 붙여도, 단순 기술이란 점에서는 매한가지).

반면, '-고'와 관련된 언어학계의 주장에는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다:

i. 보문소(Complementizer;C)
ii. 후치사 (Postposition)
iii. 격조사 (Case particle)

영어랑 비교해 보자:

a. 철수는 영희가 점심을 먹었다(고) 말했다.
b. John said (that) Mary had lunch.

한국어의 '-고'는 왠지 영어의 'that'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. 그도 그럴듯이, (b) 에서 'that'이 별 뜻이 없듯이, 한국어의 '-고' 역시 이렇다 할 의미가 없고, 또 영어의 that 처럼, 한국어의 '-고'도 생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.

언급했던 언어학계의 주장들 가운데, 개인적으로는 iii) 번의 격조사 주장이 좀 끌리지만, 아직 구체적으로 살펴본 바가 없다. 아울러, 마침 하나 쓰고 있는 페이퍼가 '-고' 와 관련된 것인데, 거기선 '-고'를 C(comp)가 가진 자질들 중의 하나라는 주장으로 엮고 있다 - 가끔 보면, 생각과 손가락이 따로 놀 때가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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